전업 리트 vs 직장인 리트
커뮤를 싸돌아다니다보면
“직장인인데 때려치고 리트나 칠까요?”
뭐 대충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너도 나도 전문직 런 중이기에
지극히 나올 만한 물음이라 생각하는데
그 물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본다.
지난 글은 나름 정보글이었다 생각하는데
이번 글은 순수 개인 피셜이란 점을 유념하시고
알아서 보심 될 것 같다.
직장인 리트 vs 백수 리트
수험생은 백수 또는 학생인 것이 디폴트이기에
직장인 기준으로 장단점을 적어본다.
하지만 직장인 기준으로 쓴 장점은
곧 전업 리트 준비생의 단점이기도 하고
직장인의 단점은 전업의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뇌피셜이기는 하나,
나름 입시를 거치면서 타인의 사례, 커뮤반응을 종합한
유사통계적 자료에 해당한다.
직장인 리트 장점 (리트 전업 단점)
직장인은 멘탈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단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월급날에는 월급이 푸근하게 들어온다.
백수의 경우, 아주 자연스럽게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걸까?”
“(또) 조지면 어떡하지?”
하루에 30번 이상 이런 걱정에 사로 잡히게 되는데
직장인은 그게 덜하다.
설사 개같은 직장 내 만족도로 인해
다소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백수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할 수 밖에 없다.
“직업 있고 돈만 받을 뿐인데 그게 시험 유리한 거랑 뭔 상관임?”
시험 특성 때문이다.
리트같은 적성시험은
공부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시험이다.
공부시간, 공부량과 점수가 비례하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의 경우, 많이 본 사람이 덜 본 사람보다
그냥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애초에 머리 자체는 또이또이기 때문에,
많이 본 사람은 곧, 많이 외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업 수험생이 직장인보다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리트같은 적성 시험은
많이 푼다고 많이 잘보는 시험이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1년 동안 풀 재시를 한 사람보다
그냥 딸깍 1주 동안 기출 5세트 풀고 간 사람이
전년도보다 더 높은 성적 향상을 이룬 경우가 많다.
극단적이라 했지만, 별로 안 극단적이다.
많기 때문이다.
못 믿겠으면, 8~9월쯤 디씨나 에타 돌아다니면서
사례 수집해보시라…
단순히 누가 더 오르고 누가 덜 오르고 이런 것 뿐만 아니라
쌔빠지게 9 to 10으로 공부했는데 오히려 점수가 떨어진 경우도
정말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도 있다.
어떤 변호사 분 유튜브를 봤는데, 그 분은
첫 해 110몇이 나오심
재시 때 분노의 8 to 10 리트 공부 존나함
근데 100 몇 점 받음
울분을 토하며 법조계를 인생에서 ban하기로 하고 취준
취업하고 회사 생활하다 봄 내음에 리트 재도전 다짐
주말에 3달 정도 딸깍
130몇점 받고 인설대형 로스쿨 진학
이건 공시같은 시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사례에 대해, 단순히 그분이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되는 폄하일 것이며
그보다는 차라리
이 시험은 공부량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멘탈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보는 게 맞을 것이다.
So, 직장인은 공부량과 비례하지 않은 리트 시험에서
멘탈 덕분에 유리함을 가져간다.
직장인 리트 단점 (리트 전업 장점)
위와 같은 장점이 있음에도,
해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리트 찍먹을 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참고로, 적성형 금머갈 고수들은 논외다.
나를 포함한 범부들의 얘기다.
직장인의 단점 중 하나인
공부 시간 부족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충 시간이 없어도
다른 시험에 비해 할만하다는 소리를 했는데
갑자기 뭔 개소릴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위 단점은 분명히 실존하고 이 단점 또한
리트라는 시험이 가진 특성에서 생긴다.
회식을 구라로 방어해내고 유사 칼퇴근을 하고
밤 늦게 스카에서,
또는 피같은 주말을 아껴 공부를 해보면 느낄 것이다.
한 세트를 풀면
진이 다 빠진다.
언어 풀이 시간은 광속에 가깝게 지나가기에 뭐 그렇다쳐도
추리는 풀이 시간이 2시간을 넘긴다. (125분)
살면서 한 과목을 2시간 이상 풀어본 적 있으심?
일단 난 없음 ㅋㅋ
어찌어찌 2시간 동안 40문제를 다 풀어제끼면
수만 글자가 막 갑을병정 강화 약화 거리면서 내 눈을 때려
눈알은 약화되고 다크서클은 강화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순수하게 풀이 시간만 3시간 반인데
깍쟁이처럼 풀고 채점만 하고 끝낼까?
당연히 리뷰를 해야할 것이다.
적당히 슥슥 리뷰하면 2시간 내에 컷 할 수도 있겠지만
2회독차라면 모를까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라면, 그게 가능할까?
그래서 보통 꼼꼼하게 리뷰를 하는데
그럼 풀이 시간보다 리뷰시간이 더 걸리는게 정상이다.
그럼 대충 한 세트 풀이 + 리뷰를 위해 7시간이 걸리는데
“10새야 직장인 할만하다매”
이런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퇴근하면 걸레짝이 되어 밥 숟가락 들기도 버거운데
저런 빡센 공부를 실제로 해보고, 그걸 시험까지 계속 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날에는 직장 상사의 회식 제안이
달콤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인 수험생이 느낄 수 있는 이런 애환을 고려하면
이 부분에서는 전업 수험생이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다.
결론
그럼에도 리트와 같은 적성 시험의 경우
다른 시험에 비해 직장인이 전업 수험생보다 유리하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생각한다.
다른 암기형 시험은, 같은 능력치를 가진 두 사람이 있다면
시간 빌게이츠가 직장인보다 무조건 유리하다.
암기는 시간이 필요한데
직장인은 시간 자체에서 아예 대놓고 너무 불리하기 때문.
반면 적성형 시험은
적어도 같은 능력치를 가진 두 사람이라면
당연히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시간은 필요하겠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몇 시간 몇 십 시간 더 하고 말고가
점수획득에 그렇게 중요한 변수인 것 같지 않다.
특정 궤도에 올랐다면, 그때부턴 오히려 머리빨이 더 중요 변수다.
공무원 시험은, 평균 80이 평균 90되는거?
“공부 시간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노릴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낼 자신감이 충만한 이들로
상암구장은 몰라도, 올림픽홀 정도는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트의 경우
님 풀 전업하면 140가능함?
음 이번 생은 힘들 거 같고 다음 생은 가능할지도?
호 그럼 150은요?
한 다섯 번 정도 다시 태어나면 한번은 가능할지도?
이런 사람이 그냥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리고 심리적인 이점이 제법 크게 작용할 것이다.
전업 수험생은, 그토록 잘 오르지도 않는 걸 공부하며
1년을 걸어야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 찍먹하고 안되면?
“응 그냥 다시 다니면 돼~”
하면 된다.
실제로 이런 마인드로 시험 보는 직장인?
개많다!
봤더니 결과 안좋아서 그냥 다니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꽤 있었더라…
그냥 조지면, 조용히 다니던 대로, 다니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장에 들어가서 컴싸 잡을 때의 떨림 정도는
직장인과 백수에게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나는 퇴사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후회해본 적은 없으나
화끈하게 때려치기 전에
이 시험 준비할 걸 알았다면
월급받으면서 쿠션깔고 시험 계속 봤을 텐데, 그러지 못한 건
참 아쉽긴 하다.
근데 머…
이미 조진 걸 뭐 어쩌겠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