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책임감은 개나 주는 것이 좋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고

세상 모든 짐을 다 떠안은 사람

완벽하게 삶을 규율하고

약간의 일탈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

더 계획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

보통 더 멋있어 보인다.

P라면 한번 정도 J의 삶을 동경하지 않았던가?

수험생들 중에도 J스런 사람들이 있다.

치열함이 묻어나는 합격수기의 주인공들이 그러했듯

지눌이 돈오 하기 직전 수행이 그런 것이었을까 싶은

플라스틱만 남은 펜 리필심을 쌓고 있는 이들

매일 같이 8 to 23을 유지하려 애를 쓰는 이들

뭐 그런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말마다 술먹고

가끔 롤도 한판 떄리고

제철인 야구 직관을 가는 수험생도 있다.

겉보기에 그들은

이번 시험은 개나 준 사람 혹은

반드시 재시할 1인이라 생각하기 쉽다.

아주 무책임해보인다.

하지만 후자의 수험생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완벽하게 내 삶을 규율하려고 애쓰는 사람보다

적당히 쉴 곳을 주며, 리바운드를 금방 해내는 그들의 멘탈이

건강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막판으로 갈수록 그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수험 기간이 길어지면, 온갖 강박이 나를 짓누른다.

그 구덩이에 한번 잘못 빠지면

며칠, 열흘 이렇게 날리는 건

그리 특별한 경우도 아니다.

그 시간에 내가 “어우 저새기 또 술마신다, 놀러다닌다” 하고

한심하게 봤던 그 수험생은

이제는 잠시 일탈을 내려놓고

묵묵히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혹시 내가 강박러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이라도 숨 쉴 곳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어 근데 불편할 것이다.

수험생이 이렇게 쳐놀아도 되는것일까? 라는 생각이

나를 더 옥죌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이것도 수험생의 과제다…” 하며

다소 뻔뻔하게나마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싶다.

물론 매일같이 술퍼맨이면, 자제를 해야겠지.

그 정도 사리분별은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은 잘 하고 계실 것이다.

적당히 쉬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계실 것이다.

다만, 최근에 개인 상담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강박을 갖는 사람들도 많이 보게 되었는데

수도승도 버거워할법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사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을 보니 썩 마음이 편치 않아,

이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를 끄적이게 되었다.

월~금 열심히 공부했다면

주말 하루 정도는 편하게 쉬어도

사실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에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혹시 님 얘기인가?

무겁게 짊어진 그 짐을 조금은 내려놓고

안 그래도 힘들어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온기를 베풀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끝까지 온전히 갈 수 있다.

“수험생의 책임감은 개나 주는 것이 좋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동의합니다. 이전에 쓰신 글들을 보고 감사원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활을 완벽했다고 할 순 없지만, 중간중간 쉬어가는 텀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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