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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감사청구

대충 퇴사 원인 찾아가는 시리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냉동 볶음밥이나 돌려먹다가

어떤 영상 하나를 봤다.

공부법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아르헨티나인으로 살아가는 본 계정으로는

절대 공부법 영상을 볼 일이 없었지만

맨날 여기다 감사원 똥글을 쓰다 보니

알고리즘에 잡아먹힌 모양

(출처: 유튜브 유휘운 – 공무원변호사)

보시다시피 내용은 뭐 이렇다.

감사원 5급 출신 강사분이

감사청구제도를 설명하자

누가 댓글에

실무도 모르는 놈

300명 모은다고 해줄 것 같음?

대충 이렇게 달았고

강사분은 그에 대해

“허허 내가 감사원 출신이고

청구 건도 몇 건을 처리했는데 나한테 알못이라니 허허”

대충 이렇게 반응하는 영상이다.

아무 생각없이 후킹 당해서 봤는데

나한테는 그 댓글러의 댓글

그에 대한 강사분의 반응

그리고 그에 대한 댓글의 반응

모두가, 꽤나 흥미로웠다.

왜?

누군가 알못이라고 욕을 먹는데

그게 진정한 알못이 누군가에 따른 게 아니라

권위에 따라 정해지는게…

사실 당연하지만, 그냥 재밌었다.

엄밀히 말하면, 저 유사 악플러는

딱히 틀린 말을 하고 있지 않고 

강사분은, 그걸 알고 그런 것인지

그냥 대충 읽고 무시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사실보다는, 권위에 호소하고 있었다.

이전에 쓴 똥글을 보신 분들은

내가 감사청구를 담당하는 과에서 일했음을 아실 것인데

그러다보니, 꽤 아는 게 많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말하면, 서당개인데,

그 서당이 알고보니

개의 언어로 소통하는 서당일지도?

감사원에 대해서는 아는 게 ㅈ도 없을 지라도

감사청구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는 게 많다고

조금 자신있게 말해도 될 것 같다.

개별 청구 건을 담당하는 감사관들,

주요 결정들만 내리는 수석, 간부들과 달리

개별 건도 담당하고, 관련 온갖 잡무를

온 몸으로 쳐 맞으면서 했기 때문

감사청구하려는데 가능하냐?

네 이거이거 준비해오시면 됩니다.

지자체는 공익감사청구만 가능해요

이런 매크로성 사전 전화부터

청구서 들고오면, 받으러 민원실로 뛰어가서

갖고 온 서류 확인하고, 사무실로 가져와

인원 수나 세보고 앉아 있는 현타 지리는 업무는

진짜 수백 건 이상 했고

저 강사분이 도대체 뭘 작성해봤다고 언급했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통계’라는 단어에 진짜 노이로제가 날 만큼

통계도 수없이 작성했다. 주간, 월간, 연간, 5개년, 10개년…

요구하는 주체마다, 뭘 중점적으로 원하는지 다 달라서

그 입맛에 맞게, 원하는 걸 맞춰 드렸다.

BTS, 봉준호, 손흥민, 국회의원, 보좌관, 정보공개, 민원 fucx up

(라고 할뻔)

아, 통계 만든다고

전자감사에 기록되지도 않은 고문서 찾는다고

5공화국 시절에 만든 것 같은 캐비넷 뒤지다가

저 분이 청구 과에 있을 때 맡은 사건도 확인했었다.

내가 입사할 때쯤 저 분이 유튜브에 슬슬 나오신 터라

“오 이분도 여기 있었넹”

이런 기억이 생생하다.

(구라같으면 물어보시길, “님 경기도 학교 용지 관련 건 하지않음?”)

위 언급한 청구 접수, 통계질 외에도

진짜 온갖 시다 업무, 민원인들과 키배, 전화데이트, 현피

뭐 여러가지 현타 올 업무가 많지만

일단 위 영상과는 별 관련이 없으니 분노는 잠시 조절해본다.

다시 영상으로 돌아가보자.

영상에서 말하는 그 유사 악플러의 발언은

300명 이상 해간다고 다 해주는 줄 아네ㅋㅋ 실무알못

이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게, 사실 어느 정도는 맞다.

감사청구는 300명 이상 국민의 서명으로

국민감사청구의 경우 위법한 사항

공익감사청구의 경우 위법, 부당한 사항을

좀 들쑤셔 달라는 제도인데

저 유사 악플러가 만일

A: ‘감사청구 낸다고 해서 감사실시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걸 말한 거라면, 저 사람은 잘알이다.

그게 아니라

B: “내도 접수를 안해주던데요?”

이 뜻이라면, 저건 단순한 알못이 아니라

폐급 민원인에 가깝다.

진짜 어떻게든 감사청구를 원하는 당신 뜻이 이루어지게

몇 번이나 보완 요구를 하며, 숱한 현타를 느낀 입장에서

그 뜻으로 말한 건 정말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솔직히 내가 보기엔, A를 말한 걸로 보인다.

그리고 A라면, 저 유사 악플러의 말이 맞다.

감사청구를 하면, 감사원은

감사실시를 하거나, 기각을 하거나, 각하를 하는데

적어도 내가 통계를 만지작 거리던 시절을 기준으로

감사청구의 인용률(감사청구가 감사실시로 귀결되는 비율)은

솔직히, 처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곱게, 20퍼라고 하겠음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낸다고 다 해주는 건 줄 아네”

이렇게 말하는 게 전혀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감사원 너무하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막상 와서 청구서를 받아보고, 조사를 좀 해보면

저 비율이 나오다니, 참 열심히 해줬구나!

이런 생각이 드실 것이다.

“찐” “공익” “대의”를 위한 감사청구도 물론 있으나

공익, 국민 감사청구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다르게

실상은 본인의 이득을 위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든 해보려는 똥꼬쇼성 사익감사청구가

압도적 다수를 이루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 걸 얻기 위해,

또는 자신의 사업을 위협하는 걸 좀 없애달라며

공익‘감사청구를 하고

불법과 무법 사이 어느 곳에서 영위하던 사업이 

법에 따라 위협을 받게 되자, 집행하는 지자체 어케 좀 “해줘”하는 내용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뽐내거나

정치적 후원자들의 입장에서 상대측을 공격하려는 목적에서

‘공익’감사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감사청구, 권익위 등 각종 민원 ‘대행’ 업무로

자칭 ‘사회운동가’라는 직업으로 월 500씩 땡기는 아저씨는

(레알 아저씨임. 뭐 자격증 없음ㅋㅋ)

기각/각하될 걸 뻔히 알면서, 억지로 청구를 ‘만들어’ 제출하곤 했다.

가끔 가오잡으러 십 수명 보좌관, 기자들 데리고 등판해서

원 직원들도 귀찮게 만드는 국회의원은

말 그대로 가오잡으러 온 경우가 많았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그 대환장 파티의 최전선에 초대받은 내 입장에선

감사청구 실시 비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감사원 탓을

도저히 하려야 할 수가 없다.

강사분이 권위에 호소했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분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솔직히 나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 같다.

나야 뭐 방구석 백수라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있지만

그분은 나름 1타급 강사라 영향력이 있는데

“네 사실 감사청구한다고 다 안해줘요. 한 20퍼 정도에요. 저 말이 맞긴해요”

이렇게 말할 순 없을 테니까…

적절히 “허허 내가 거기서 일했는데 허허”하고 넘어가는게

여러모로, 건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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