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습관 없애는 유일한 방법
천성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이 글을 찾아 읽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해야 할 걸 미루는 건 디폴트인 사람이고
심지어 수험생이라면
이 글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어쩌면 1년을 살릴 수도 있다.
미루는 습관 뿌시기
미루는 습관을 뿌시기 전에
우선 우리가 왜 미루는지 알아야 한다.
사실 미루는 습관 이면에 있는 심리는 단순하다.
그냥 더 좋은 느낌을 위해서다.
우리는 더 좋은 느낌을 위해
불쾌한 활동을 미루고
유쾌한 활동을 하게 된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누워서 쇼츠, 릴스를 보는 게 더 매력적이지 않나?
지극히 당연해보인다.
이게 당연하고,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기 쉬운 이유는
고통과 쾌락에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느끼는 고통과 쾌락을
미래에 느낄 고통과 쾌락에 비해 고평가한다.
다시 말해, 지금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걸
나중에 하는 것보다 더 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고
지금 보는 쇼츠나 릴스를
나중에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으로 고평가한다는 것
글을 읽는 분들이 지금쯤 느끼겠지만
물론 다 아는 얘기다!
그냥 알면서도 못 끊고 있는 거지.
그게 내 한계임을 인정하고 그냥 살아갈 거면
알빠노하고 살아도 전혀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분명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흔한 미루는 습관 해결책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습관으로 만들어서
어떤 행동을 하는 데 거부감이 없도록 만들자!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다먹고 양치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은 없어~
습관이 된 행동이니까~
그니까 공부도 습관으로 만들면 끝이야~
하지만, 보시는 분들도 느끼다시피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말은 쉽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자기계발 서적이나 동기부여 영상을 본 짬이 쌓였다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하루에 사소한 것 하나로 시작해서
꾸준히 그것보다 조금씩 더 하기만 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는 식의 메시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팔굽혀펴기 30번 하는 습관을 원한다면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하루 1번으로 시작해 매일 한 두개씩 횟수를 늘리면
습관이 겁나 쉽게 잡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면
애초에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일거고
그렇다면 지금이 단군이래 자기계발 강사들이
가장 돈 벌기 쉬운 때도 아니겠지.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는
“습관이 잡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66일이고,
그 시간은 사람마다 18일에서 254일까지
정말 다양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이를 보면 습관이
그렇게 쉽게 잡히지는 않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 것이다.
해야 할 과제를 조그만 조각으로 만들어
지금의 고통을 작은 것으로 보이게 시작하는 건
분명 좋은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책 한 권을 쓰라고 하면 막막하지만
오늘 반 페이지만 쓰자고 마음먹으면
확실히 시작하기가 쉽다.
그리고 막상 시작하면
반페이지만 쓰는데 그치는 일은 잘 없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게 지금의 고통을 작은 것으로 바꾸는 것 만으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 결국 꾸준함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필자의 경우, 그런 식의 습관 형성이 가능한 사람은
그냥 애초에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게으른 사람들이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뭔가 또 다른 자극이 필요하다.
미루는 습관 깨는 핵심
나는 그 자극으로
우리가 저평가하는 미래의 고통을
현재로 소환하는 걸 권하고 싶다.
쉽게 말해, 내가 해야할 것을 미뤄서 맞게 되는
속된 말로 미래의 ㅈ된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다.
수험생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미래의 고통은
지금 내가 공부하지 않아서 겪게 되는
비참한 상황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아닌데 늘 똑같은 옷을 입고 공부하는 모습
친구들은 이미 취뽀 후 자리 잡아서
하고 싶은 연애니, 여행이니, 맛집 투어니
다 자유롭게 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 고등학생들이 친목질하는 독서실에서
외롭게 공부하는 모습…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시각화하라고 한다.
하지만 경험상 이렇게 미래의 쾌락을 가져오는 건
게으른 나를 움직이는데 딱히 효과가 없었다.
물론 그 방법은 내가 적당히 잘 하고 있을 때는 좋게 작용했다.
하루 공부를 깔끔하게 잘 했을 때
긍정적인 미래, 즉 직장인이 되어 편하게 맛있는 걸 먹고
마음껏 여행다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나를 기쁘게 했고
다음날의 의지를 다시 다지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게으를 때는?
좋은 미래를 상상하는 게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내 뇌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어차피 잘될 건데, 굳이 지금 고통받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즐겨~ 한잔해~
이렇게, 나처럼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들에겐
스스로에게 따스하게 대해주는 게
배은망덕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었다.
나에게는 매콤한 훈육이 더 좋게 작용했다.
3수를 시작할 때, 대성학원에서 강의하는
영어 이명학 선생이 했던 말이 있다.
딴 얘기를 꽤 많이 하는 선생님이었는데
다른 건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얘기가 있다.
대학간 모습을 상상하지 말고, 좋된 걸 상상해봐.
좋된 내 모습을 상상하니까 하게 되더라.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선생님이 전하고자 한 느낌은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비록 PMP 화면 너머로였지만, 그때 깨달았다.
부지런한 애들은 목표를 지향하고 달리는 게 잘되겠지만
나같이 게으른 애들은
그냥 시궁창을 피하려고 마음먹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
그래서 그 후로는 게을러질 때마다
부정적인 미래를 선명하게 떠올렸다.
공부하기가 버거워서 이른 시간에 집에 가려고 할 때
좋된 미래의 내 모습을 꾸준히 소환했다.
3수도 실패하고 고졸의 신분으로 군대에 끌려가는 내 모습
그게 내 상상의 최고 빈출이었다.
내 처지만 생각하면 효과가 약할까봐 가족들도 동원했다.
직장에서 동료들이 자식 자랑할 때
묵비권을 행사하는 아빠
친구들과 만남에서 엄친아들의 소식을 들으며
함구하는 엄마의 모습. 다 떠올렸다.
그러니 타협하고 합리화하려 할 때마다
조금이라도 참고 할 수 있더라.
흐릿하게나마, 책상에 앉을 때마다
군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안 좋은 생각을 하면서 공부하는 게
너무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도 이따금 했지만
꾸역꾸역 잘 이어갔다.
그래서 정확히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무리 논술 고사와 원서 영역이 좀(많이) 아쉽긴 했지만
적어도 필기 시험 관련해서는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분명 효과가 있었으리라.
몇 년이 지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도
이 마인드를 그대로 가져왔다.
준비 기간이 5개월로,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이 생활이 자유와 거리가 먼 생활임을 깨닫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게으름이 찾아올 때마다 나에게 물었다.
이 짓을 1년 후에도 계속할 거냐?
그때도 백수로 남을 거야?
그리고 최대한 안 좋은 상황에 처한 내 모습을 꾸준히 상상했다.
권태로움이 몰려올 때 이렇게 억지로 책상에 앉다보면
소소한 성취감 2가지를 느끼게 된다.
막상 시작하면 지금 느끼는 고통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는 걸
깨달은 것
또 다른 하나는 이렇게 함으로써
백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
그 작고 소중한 성취감만 있으면
공부도 꽤 할만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루는 습관 뿌시기 결론
우리는 지금 당장의 고통과 쾌락은 과대평가하지만
미래의 쾌락과 고통은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당장의 쾌락을 거부하고 고통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
가볍게 시작해 습관으로 만드는 것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참고 고통을 택하는 게 미래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계속 주입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때 미래의 쾌락을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접근이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부정적인 미래를 소환해보시길 권한다.
지금 고통을 피하면 미래에 맞는 고통이 엄청날 거라고
지속적으로 상기하는 거다.
그러면 지금 하기 싫은 걸 참고 공부라는 고통을 선택하는 게
미래의 비극을 피하는, 좀 더 가치있는 행동으로 보일 거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어차피 수험생도 ‘인간’이고, 그렇다면
자유로운 내 삶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손실 회피 성향이
더 강하게 작용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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