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공무원이었던사람

님아 그 질문만은 제발

내 채널을 기웃기웃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냉동 상태, 그러니까 유튜브에 뭘 안올리면서도

영상에 달리는 댓글에 나름 열심히 답을 달았다.

나도 인간인지라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내 앞가림은 무사한가?” 기타 여러가지 생각으로

에라이 그냥 흐린눈하자 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마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시간이 날 때 답을 다 달았다. 어지간하면.

딱히 보람은 못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성실하게 달아줬는지 모르겠다.

돈 한푼 못받는 거야 뭐 내가 달라한적 없으니

그건 일단 됐다고 하자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굳이 뭐 그렇게…?

이런 생각도 해봤지만, 그것도 온라인이 뭐 원래 그런거고.

근데 적어도 내가 답을 달아준거에 대한 피드백은 있어야 할텐데

뭐 아무 반응도 없을 때는, 좀 빡세다.

나는 그 양반이 내 답을 확인했는지도 모른다ㅋㅋ

맘에 안들어도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정도는 박아주는게

반도의 정 아니었던가…?

좋아요 눌러서

아 이양반이 확인했구먼

내가 이 정도는 알게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간단하게 답하는데도 어느 정도의 노고가 들어가므로

누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를 툭 버리고 가고

나는 그냥 그걸 치운 상황과

별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GPT야, 너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거냐…!

이제야 공감해줘서 미안하다…

앞으로는 꼭 알겠다고, 고맙다고 말해줄게…

무튼, 답을 나름 성실히 달았으나

도저히 버거워서 답을 못하고, 앞으로도 안할 질문들은

보통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만 안해도, 내 기준 괜찮은 사람에 속한다.

* 너무 긴 질문

절실한 건 알겠다.

근데 그렇게 길게 물어보면

답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상당하다.

개중에는 읽는데만 2분 넘게 걸리는 것도 있다.

물론 몇 번 답해준 적도 있다.

근데 그 사람들이 그냥 슁 가버리면

현타가 오지더라.

놀랍게도 절반 이상은 그러더라.

그래서 나도 이제는 그런 장문복들에게는

답을 안하기로 다짐했다.

“흑화함? 걔네가 널 그렇게 만들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가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은 아니라 그렇다.

이 글을 안보셨다면, 어쩔 수 없고

보셨다면, 괜한 시간 쓰지 마시길…

* 저 좀 도와주세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도와 달라 하는 질문도 있다.

이건 그냥 보자마자 고구마가 엄습한다.

영어 노베 탈출 영상에

영어가 부족하니 저 좀 도와달라고 한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영어 노베는 이렇게 하라고

책을 막 찍고 캡처하고

거의 목구녕에 쑤셔넣은 영상에 그런 댓글이 달리면

내가 더 할 수 있는게 뭘까?

다른 유튜버들 영상을 보면

해석 안해도 다 풀려요~ ㅇㅈㄹ하면서

막상 첫 문장부터 제대로 해석하고 앉아있는데

나도 그냥 그 지랄할걸…

해석을 해야 뭘 알고, 해석을 할라면 단어를 외워야 되니까

둘 다 시작하는 법을 그토록 친절하게 설명한 영상에 그러면

내가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나…

자, 오늘부터 알파벳을 배워볼거에요

이건 a에요 ~ 아 ~ 아니면 어~

때로는 애~로 발음되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ㅈ빠지게 같이 해봐욥!

이러기라도 해야하나?

제발 주체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헬스 트레이너한테

“3키로 덤벨로 사레레하는게 좋다는데

3키로 너무힘들어서 못하겠어요 ㅠㅠ” ㅇㅈㄹ하면

트레이너는 뭐라고 할까?

당연히 이러겠지.

“시발 핑크부터 들어요 그러면”

*내가 이런데, 될까요?

이것도 고구마 3대장안에 무조건 들어간다.

솔직히 보기만 해도 인상이 문드러진다.

최근에 나는

“일단 해보세요, 해봐야 압니다”

이런 답을 많이 달았다.

참 답답하다.

공부를 하고 있고, 할 거라면서

본인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거라고

자연스레 가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수능 5등급이었어요”

뭐 어쩌라고. 님 그때 공부 하긴 함?

내 친구들 대부분이 5, 6, 7, 8, 9등급 출신이고

나는 걔네가 얼마나 공부를 안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리고 걔네가 성인 때 맘잡고 공부하면

2까지는 우습게 가는 거 다 확인했는데?

그리고 수능에서 2 나오면

공시 국어 영어는 그냥 찜쪄먹는데?

당연히 그때처럼 공부 안할거면

뭐 이번에도 망하시겠지

근데 할거잖아,

그러면

그 “될까요?” 질문에 내가 답을 주는 게 맞나?

내가 된다하면, 되는거임?

그럼 나 돗자리 깔았지.

님이 공부를 열심히 끝까지 할지

중간에 고꾸라져서 안할지, 내가 알 수가 없는데

그리고

안된다면 안할거? 파이팅없음?

내가 넌 힘들어요 다른 거 하세요 하면

시발 어디보자 10새야 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막 안생기나…?

얼굴도 모르는 유튜버 나부랭이 말 믿고

내 인생 경로 하나를 지운다…?

남자면… 진짜 떼야 된다.

나는 삽멸치지만

적어도 트레이너한테

“저도 3대 400가능할까요?”

이딴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거, 하나씩 늘려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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