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출장가면 하는 일
마지막 글을 쓴지 거의 2주가 되어 간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게을러서 그런 거다.
올라온 글을 보셨다면
감사원은 출장 많이 가고
그 출장비는 제법 달달한 편이고
뭐 대충 그런 걸 아실 수 있는데
막상 출장가서 뭔 일을 하냐
어떤 일을 하냐
이런 게 궁금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물어보신 분도 있고)
그래서 이번 글은
그 궁그미에 대한 답이 되는 내용을 담는다.
물론 대단히 얕고, 일반적인 내용에 그친다.
감사관이 출장가면 하는 일
출장 가서 하는 일은
크게 서무로서 하는 일과
감사관으로서 하는 일로 나뉜다.
하나씩 알아보자.
서무로서 하는 일
다른 글에서 조금씩 소개한 듯한 느낌이 있어
대략적으로 소개한다.
서무는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막내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면 되고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어느 곳이나 다 똑같겠지만
사무실에서 막내는
대충 “주인 없고 별 볼일 없는 일”의 담당자가 된다.
출장지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숙소 예약, 식당 잡기, 여비 관리, 원담당 컨택 등
그냥 내가 하는 게 순리에 맞다 싶은 일들이
서무로서 하는 일이라 보면 된다.
여비 관리의 경우
우리 팀(4~6인)의 여비와
우리 과의 다른 팀의 여비
모두 서무에게 간접적 관리 책임이 있다.
뻔히 정해진 한도를 넘긴 건 니 잘못이고
뱉어낼 돈도 니가 뱉어내게 되지만
서무는 괜히 책임감을 느낀다.
가끔 마치 서무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아
내가 돈을 더 썼다는 식으로
툴툴대는 사람이 있었어서 그런건가..
아무튼 그렇다.
원담당 컨택은
모든 기관에 있는 감사부서의 감사원 담당자와
연락을 취하는 일이다.
출장 갈 때 해당 기관 홈피 조직도에 들어가면
기관마다 감사담당관, 감사실
대충 이런 이름을 가진 곳이 있는데
거기서 업무분장이 감사원, 감사원 업무담당
이렇게 되어 있는 사람에게 연락하면 된다.
공기업은 보통 차장이며
중앙부처는 6, 7급 주무관
지자체는 7급이다.
감사장 확보, 요구할 자료 리스트를 전달하고
자료를 받는 일
다 그 직원을 통해서 한다.
보통 나보다 나이 지긋한 형님 누님일 가능성이 높아
과한 친절에 부담을 느낄 때가 많지만
아무래도 자주 연락하다 보니
결국에는 친숙해진다.
서무로서 하는 일은
보통은 시시콜콜한 일이나
솔직히 1년차때는 이것만 잘 해도
1인분이라 생각한다.
감사관으로서 하는 일
감사장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서무라지만, 다른 감사관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보통 수석님이나 주관자가
받은 자료 중에서 검토할 부분을 할당해준다.
‘건’ 이라고 봐도 된다.
그 ‘건’에 해당하는 자료를 보고
뭔가 냄새가 나는 게 있는지 검토하면 된다.
근데… 생 초짜가 처음 보는 자료를 보면
그게 뭔 말인지 알까?
OO공사 @@사업 뭐시기 뭐시기
받은 자료를 프린트하면
벽돌하나 분량이 나오는데
당연히 모른다.
어찌 알아갈까?
구글링이라도 할까?
그러면 화끈한 선배에게
혼꾸녕 날 가능성이 높다.
담당자를 불러야 한다.
그에게 위 @@사업 뭐시기 뭐시기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감사장 자리마다 조직도와 내선번호가 나와있는데
그걸 보고 담당자를 직접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가급적 감사원 담당 직원에게 연락해서
담당자를 불러달라고 하자.
그게 좀 더 공식적인 루트에 가깝기도 하고
상대방도 벙찔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담당자를 부르면
공공기관의 경우 높은 확률로 40대의 차장이
중앙부처는 사무관이
지자체는 6급 계장, 팀장, 또는 7급 주무관이 온다.
나와 15년 이상 경력 차이가 나는 사람에게
해당 업무에 대해 내가 모르는 걸 묻고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야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면, 첨에 이게 스무스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뭔가 *수줍고*
“아니, 뭘 조금이라도 알고 알파벳 정도는 습득해야
사람 불러도 대화가 되지
지금 부르면 말이 통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혼자 사건 공부하고 앉아있기 쉬운데
높은 확률로 수석한테 쿠사리 먹는다.
(먹어봄ㅋㅋ)
그렇게 몇 번 쿠사리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초장부터 사람을 부르게 된다.
성격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결국 해야 되는 일이라, 하게 된다.
모든 감사관들이 다 그렇게 한다.
처음 보는 업무에 대해
당연히 다들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롤(LOL)에서 패배의 원흉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되는데
챔피언 스킬도 모르면,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가 없다.
니 QWER 뭐냐고 물어봐야 한다.
20년 경력 베테랑 감사관들도 담당자 불러서 물어보고
끄덕끄덕 아하 글쿤 해가면서
업무를 하나씩 알아간다.
가끔 에이스 형님들을 보면 참 신기한게
출장 출발일 서울역에서는 나랑 똑같은 수준이었는데
며칠만에 해당 업무에 빠삭해지더라.
(급수, 연차와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고
체질, 열정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담당자를 불러 사건을 이해하고
내 이해에 비추어 볼 때 이상한 점이 있으면
그걸 파고 들어 지적사항을 찾는 것,
찾았다면 그 업무를 ‘실제로’ 담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래서 책임소재는 정확히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이 모든 걸 파악하고 정리하는게
감사관이 출장가면 하는 일이다.
선생님,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수험 중 쉬는시간에 짬짬이 읽는 게 소소한 재미입니다.
문득 궁금한게 업무 때 아이폰 쓰면 일하는데 지장이 있을까요?
또 출장갈 때 캐리어 크기라던지 좋게 사용했던 꿀템들 있다면 소개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아이폰도 많이 씁니다! 일하는데 지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통화녹음기능 때문에 갤럭시 쓰는 분들도 있는데, 뭐 딱히 크리티컬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남자 감사관의 경우 백팩 하나로 월~금을 해결하는 편인데… 여감사관님들은 백팩+캐리어 중간 사이즈? 정도 되는거 끌고 오시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관련해서 뭐 쓸 말이 있나 고민해볼게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감사직이라고 하면 단순히 뽀대나는(?) 직렬 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구체적인 모습들을 이야기해 주셔서 수험준비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보다가 궁금한점 몇 가지만 여쭙고자 합니다~
1. 7급 감사관은 주로 5급 감사관이랑 2인 1조로 짝을지어 출장을 다닌다(?) 라고만 들은적이 있는데 이야기하신것처럼 4~6인 규모로 많이 다니는 편인가요?
2. 출장은 전국을 고르게 다니는 편인가요. 아니면 서울,세종 위주로 많이 가고 그 외 기타 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3. 2번이랑 어느정도 연관되는 질문인데, 출장지가 경기권이나 세종 정도면 서울서 자차로 가도 될것 같거든요. 그편이 캐리어같은거 놔두기도 편하고..차라리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 자취를 하면서, 경기~충청북부는 자차로, 더 먼 지방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십니까?
1. 둘다 많습니다 ㅎㅎ 근데 일반적인 감사부서에서는 4인 이상 규모가 더 잦은 것 같아요.
2. 과에 따라 달라요. 대상기관이 세종에 있는 과는 주로 세종만 가고, 서울시 담당과는 서울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공공기관 대상 과는 공공기관이 전국에 깔려 있어서 전국적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감사청구처럼 대상기관이 정해져있지 않은 곳은 청구 들어온 기관이 있는 곳, 즉 전국으로 갑니다.
3. 말씀하신대로 경기권인 경우는 자차 많이 타십니다. 근데 세종부터는 어지간하면 ktx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말씀하신 건, 버스 타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비추하는 편입니다.
출장을 한번 나가면 1~2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게 주말도 출장지에서 지내는 건지? 아니면
주말엔 집에 와서 쉬다가 다시 월~금 출장, 주말 집 복귀, 월~금 출장 이런식으로 한달이라는건지 궁금합니다~
월요일에 갔다가 금요일에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