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공무원이었던사람

감사원 점심시간

감사원 점심시간(기본편)

마지막 글이 언제였지? 하고 봤다가 놀랐습니다.

그래도 열흘은 걍 넘었겠지 했는데

2주가 훌쩍 넘었네요.

뭐 맡겨놓으신 분도 없고

그래서 제가 딱히 직무를 유기한 것은 아니지만

알 수 없는 부담이 느껴지네요.

대충 의무감과 죄책감 그 사이의 감정인 것 같습니다.

속죄의 의미로 이번 글은 경어체를 사용합니다.

감사원 점심시간

왜 그렇게 안 썼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단 9할은 버거움, 귀찮음이었겠으나

(맞긴 함)

조금만 저를 변호해보자면

지난 번 글들이 너무 무거웠당

그래서 뭔가 다크한 에너지를 느끼고 싶지도

사람들에게 주고 싶지도 않았당

뭐 이런 생각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벼운 주제로 써봅니다.

감사원의 점심시간입니다.

뭐 직장인 점심시간이 거기서 거기겠지만

세상의 정보 또한 거기서 거기이기에

넓은 아량으로 봐주십사 합니다.

그래도 나름 특색있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일반편과 특수편으로 나눠 소개해드립니다.

감사원 점심시간: 일반편

일반적인 점심시간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뉩니다.

과원들과 구내식사, 동기들과 식사, 혼밥 등 자유시간

그리고 선배와의 약속입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과원들과 구내식사

말 그대로 과원들과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입니다.

감사원의 점심시간은 꽤나 넉넉한 편으로

11시 반이 되면 다들 식당으로 갑니다.

뭐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시간 되면, 과원들과 같이 식당가서

밥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겁니다.

(가끔 티타임으로 새는 리스크 있긴 함)

늦게 가면 줄 오지게 서야 하니

빨리 갈 거면 아예 빨리 가거나

아예 늦게 가야 할 것입니다.

식당은 놀랍게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급식같은 밥이 제공되는 1층 식당

그리고 파스타, 샐러드가 제공되는 2층 샐러드바

보통 전자를 식당, 후자를 샐바라고 부릅니다.

단가의 경우 제가 입사한 후 몇 번의 가격 인상을 했는데

마지막에 퇴사할 때 쯤엔 식당은 4~5천원 이었고

샐바는 6천원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충 메뉴는 이렇습니다.

식당 영양사님이 좀 억울해 하시겠네요.

제가 반찬을 조금만 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사진으로 보면 좀 부실해보이는데

보통 저렇지는 않고요. 좋습니다.

개원 기념일엔 막 신기한 메뉴도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괜찮게 나온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진이 없어 아쉽지만, 샐바 또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7천원 언더로 먹을 수 있는 밥 치고는

꽤 영양가도 높고, 맛도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제가 딱히 먹는데 목숨 거는 사람은 아니라 객관성이 흐릿할 수 있으나…

세간의 평가는 확실히 괜찮은 편입니다.

과원들과 식사는 가장 빈도가 높습니다.

입사 극초반에는 동기들이랑 밥도 자주먹는 등

가급적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주식 몇 번 쳐맞고, 코인 몇 번 쳐맞고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 임금 인상률을 보고 있으면

슬슬 구내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무 감사관의 경우 주의할 것이 조금 있긴 합니다.

일단 점심 시간이 되면

“식사 하러 가시죠”

이런 버스터 콜 한번 해줘야 합니다.

뭐 대부분 이런 거 안했다고 뭐라 하진 않지만

분명 뒤에서 꿍시렁하는 아저씨가

없지는 않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후배한테 편하게 걍 말하면 되지

그걸 또 뒤에서 욕하는 심리는 알 수 없지만,

간단한 거니까, 그냥 하시면 탈이 없을 것입니다.

다음 주의사항이 조금 더 중요합니다.

약속을 막 잡으면 안됩니다.

내가 동기들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과원들도 ‘전원’ 약속이 있어 나갑니다.

근데 과장님은 약속이 없네?

그럼 과장님은 혼밥각이 나오겠죠?

이러면 살짝 곤란합니다.

그림이 좀 안좋거든요.

물론 과장님은 아이돈케어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쌍한 우리 서무는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동기와 밥을 먹으러 가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저의 경우, 다음 글에서 소개해드리겠지만

좀 특이하게 흘러간 적이 많아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지만

동기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참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본인이 약속 주최하고 과장님 때문에 ㅈㅅ…하는 경우도 꽤 있음)

근데 뭐, 약속을 너무 남발하지만 않으면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크진 않습니다.

사실 그리 불편한 건 없습니다.

보통 과원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우르르 과에 돌아오는 그림이

가장 자주 그려집니다.

자유시간

자유시간은 말 그대로

내 맘대로 하는 시간입니다.

센치하게 밖에서 혼밥할 수도 있고

과원들은 1층갈때, 나는 샐바 혼밥 때릴 수도 있고

동기들과 외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문 절대 안여는 호랑이카레

동기들과 친분이 극에 달하고

아직 주변에 못 먹어본 것도 많은 입사 극초반에는

아무래도 외식이 잦습니다.

초반에는 막 차 끌고 와서

뒷편 성대, 한성때 쪽으로 투어시켜주는 동기도 있었으나

열정이 오래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삼청동 물가가 그리 싸지 않고

뭐 딱히 맛집이 음~청 많은 건 아니지만

동기들과, 사무실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놓으며

나름 관광지인 동네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내가 조금은 힙한 삶을 살고 있구나

이런 뽕도,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짧지는 않은 편이라

맛있게 식사하고

커피 한잔, 디저트 한판의 여유 정도는

허락되는 편입니다.

어제처럼 비가 오고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에스프레소 바에서 홀짝 거리고 있으면

내가 뭐 되는 것 같은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자유롭게 보내는 점심시간은

정말 소중한 시간입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기습 맛집 추천을 드리자면

쌀국수 좋아하시는 분은

나향 in 안국

개추드립니다.

나향 in 안국

제가 퇴사하고 후회를 해본 적은 없지만

이곳과 접근성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쌀국수 저거랑 뭔 반미샌드위친가

그거랑 같이 먹으면

진짜 둘이 먹다 셋이 뒤집니다…

맛집 후기 올리면 네이버 1페이지에 올라가는 파블 지인도

지돈지산으로 먹고 2시간 동안 찬양해댔으니

믿고 가보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얘기가 샜는데…

뭐 아무튼 점심시간 좋다는 얘깁니다.

선배와의 약속

세 번째는 선배와의 약속입니다.

이건 꽤 많이 있습니다.

일단 가장 흔한 건 같은 과의 선배 감사관님이

같이 나가서 먹자는 경우입니다.

보통 선배가 같이 밥 먹자고 하면

100% 본인이 사주시는 것이기에

좋다고 따라가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같은 과에

구내식당을 싫어하고, 먹는 데 진심인 분들이 좀 계셨기에

꽤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이렇게까지 얻어먹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몇 번 “이번에는 내가 계산할게요” 느낌의 퍼포를 했으나

한사코 본인이 내신다고 가오를 부리셔서

못 이긴 척 삼성페이를 집어넣었던 기억이

몇 번 있습니다.

아무튼 선배들이 밥을 많이 사줍니다.

감사원 기습숭배를 하자면

뭐 제가 가끔 불만 섞인 글을 여기에 적긴 했지만

서무라 고생한다고 밥을 사주며 사람 좋게 허허 하며

적절한 공감과 지도를 섞어 주는 분들이

아직 감사원에 정말 많이 계십니다.

진심으로, 나름 따뜻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낮에는 존대말하며 신사의 모습을 보이지만

술만 먹으면 반말과 욕을 하는 인간미를 보이는 J모 형님에게

특히 오지게 얻어먹었는데

제 생활이 좀 나아지면, 찾아가 뵐 생각입니다.

이렇게 같은 과 직원이라 사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 과인데도 불러주는 선배들이 있습니다.

같은 대학교라고 불러주시는 선배들도 있고

(학연 나름 있음. 특히 D모 대학교 G과는 엄청)

그냥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나도 엮어서 같이 불러주는 선배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이라, 신선하고 괜찮습니다.

나름 아싸 테크를 잘 탔다고 자부한 저에게도

이런 일이 꽤 자주 있었으니

아마 지금 교육원에 계신 분들이나

앞으로 입사하게 되는 분들에게도

이런 일은 꾸준히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원 점심시간 마침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감사원 점심시간의 양상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보시는 분들이야 어떻게 느끼셨을진 모르겠지만,

이번글에서는 대부분 좋은 것만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특수한 경우들을 소개해드릴 것인데

별로 유쾌하지는 않은 것들입니다.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동전 따리도 양면이 있는데

우리 인간사에 어찌 좋은 것만 있겠습니까?

안 좋은 글을 쓰고 나면

제 기분도 썩 좋지는 않지만

정보 전달 원툴 블로그를 자처하기 때문에

밝은 부분만 보여드려선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

그냥 내가 GPT요 마인드로 쓰려 합니다.

정말 사소한 것들도

다른 원인들과 믹스될 경우

1+1 = 7

이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갑자기…

Exit mobile version